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들이 도시의 구석을 파고들었다. 건물의 수명이 물리적으로는 100년도 넘지만 개발 이익과 경제 논리에 의한 수명은 고작 30년 남짓이라는데, 이 숫자는 바로 강남에서 나온 통계가 아닐까 싶다. 강북 인구의 강남 이전을 위해 만들어진 제3한강교, 한남대교를 넘어오면 처음 만나는 신사역 사거리. 여기서 도산대로, 강남대로를 통해 언덕들, 골목 안쪽으로 진입하면 수많은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고 수명이 30년도 안 되었을 2000년대 전후부터 변신이 시작되었다. 강남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신사동, 논현동 일대에는 디자인, 영상, 광고, 및 각종 벤처 업종들이 모여들었고, 종로나 강남역 일대의 고층 업무시설들과는 또 다른 업무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해 자연 속에서 업무를 보는 여유로운 분위기, 높디높은 고층빌딩과는 대조적으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뽐낼 수 있는 개성 있는 5,6층짜리 사옥도 있다. 상업지역과는 달리 일조권이 적용되는 주거지역에 용적률 200% 전후로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규 특성상 지상 3층이 넘어가면서부터 건축선 후퇴로 인하여 자연발생적인 테라스가 생겨난다. 경사지인 경우에는 건물 전체가 그렇게 된다. ‘논현 1021‘ 빌딩은 그와 같은 물리적 조건 속에서 근무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 주요 아이디어였다. 건축주에게 최상의 임대조건은 최상의 근무조건을 가진 공간이어야 하며, 그것은 곧 최근의 트렌드인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만들 수 있는 여유 공간이 곁들여진 사무실이다. 정북방향에서 일조사선을 따라 층수가 올라가면서 건물이 남쪽으로 후퇴되는데, 바닥 면적이 넓은 층은 한 덩어리로, 작은 층은 두 개 층씩 합친 덩어리로 건물 매스를 수직 분절하였다. 매스들의 사이 공간들은 전부 크고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 내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업무환경을 만들었다. 대지 앞 도로의 경사가 한 개 층에 가깝게 차이 나는 덕에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는 층이 지하 1층이나 지상층과 같은 공간이 되었다. 후면의 옹벽이 높은데 적당한 거리만큼 건물을 이격하여 중정으로 지하까지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하였다. 주거지역이기에 사무실과 주택 간에 시각적 차단을 위해 멀리는 한강, 가깝게는 골목길을 볼 수 있는 북서쪽 코너 방향으로만 큰 창을 내었고, 그 외에는 창을 두지 않았다. 오래된 주택가이기에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두 가지 톤의 회색 벽돌들을 쌓아 외관을 완성하였다. ‘논현 1021’은 물리적인 지형 및 법규의 제약조건과 인문학적인 논현동 주거환경을 건축적 매스로 재해석, 재조합하여 이 시대 도심 건축의 모습을 제안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