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지 재개발이 수십 년째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듯, 낙후된 주택 단지의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을 결성하고 지역이 재건축 예정지로 지정받으면 건설사가 공동주택 건설을 추진한다. 주민들의 의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공룡 같은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나면 주민들은‘몇호, 몇호...’의 숫자로 명명된 아파트를 모델하우스에 줄을 서서, 그것도 운이 좋아 뽑기로 당첨되어 자신이 거주할 집을 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개발 시대에 이루어져 왔던 ‘내 집 갖기’의 전형이었다. 대지가 위치한 마포구 대흥동 역시 재건축 예정지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최근 해제되면서 동네 주민들은 개별 필지들을 각자 개발하기 시작했다. 38년을 줄곧 이곳에서만 살아오신 중년의 두 아들과 어머니 건축주는 건축 규제가 해제되자 작지만 따뜻한 집을 짓기를 원하셨다. 현장에서 받은 첫 느낌은, 집 바로 뒤에서 십여 년 동안 병풍처럼 서서 아래를 굽어보았을 거대한 아파트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이미지였다. 그러고는 바로 크기는 작지만 부동산적 가치니, 환금성 따위는 운운하기 싫은 소박하고 예쁜 집, 그러면서도 담장을 허물어 좁은 동네의 골목길을 넓혀주고, 밝은 빛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아담하고 착한 집을 떠올렸다. 좁은 골목길, 작은 대지에 주차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존의 단층 건물을 세 개의 층으로 분리하고 지면과 접하는 1층의 실내 면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1층에는 현관을 포함하여 주방과 식당만 배치하여 8평만 사용하고, 평소에는 마당으로 사용할 수 있고 차를 두 대 댈 수 있는 앞마당과 식재를 위한 작은 조경 공간이 총 12평 생겼다. 마당은 커지고, 골목도 넓어졌다. 2층(12평)은 상대적으로 크게 계획하여 거실, 어머니 방, 드레스룸, 화장실, 세탁실을 배치하였고, 그 하부인 1층의 외부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2층 부분을 기둥 없이 떠 있는 캔틸레버 구조로 계획하였다. 켄틸레버 구조를 적용하고자 규모는 작아도 철골구조로 계획을 하였다. 또한 더욱 안정적인 캔틸레버 구조를 위하여 돌출 부분의 끝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형태로 계획을 하였는데, 덕분에 2층의 거실과 3층의 오픈 공간이 하나가 되어 천장 높이가 최대 5미터가 되었다. 8평인 3층은 아들의 전용 공간으로, 프라모델을 만드는 작업실만 구획이 되어 있고 침실에서부터 거실 상부의 오픈 공간까지는 열린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좁은 대지, 좁은 도로, 좁은 집들을 예쁘게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전쟁을 겪은 우리의 서울은 그러한 질적인 여유보다는 양적 팽창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어 이젠 늙어가고 있는 서울은 새로이 고칠 부분들이 생겨나고, 도심에서는 기존의 골목과 도시의 컨텍스트들을 짓밟는 이전의 개발방식이 아닌 역사의 원형이 살아있는 동네 리모델링이 곳곳에서 시작된 듯하다. ‘하정가’와 같이 작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개념이 점차 늘어나서 작은 것의 소중함이 빛나는 서울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